식당에서 배우는 마케팅 기법<?XML:NAMESPACE PREFIX = O />

♣ 식당에서 배운다.2-주방장 스카웃 사건

먹는 장사가 워낙 많다보니 다들 고만고만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간간이 살펴보면 웬만한 중소기업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식당도 꽤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곳도 그 중에 하나인데, 종업원이 100명이 넘고 하루 매출만 해도 평균 2∼3천만원을 너끈히 넘으니 가히 규모가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메뉴도 별나게 특이한 건 없습니다. 간단하게 돼지갈비와 냉면만을 팝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평범한 이 식당이 그런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이유도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이번과 다음 호에 걸쳐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식당의 핵심이랄 수 있는 맛을 좌우하는 주방장에 대한 얘깁니다.

식당이 처음 문을 연 곳은 번화가도 아니고 식당가도 아닌 아파트촌 근처에 평범하다 못해 목이 영 아닌 곳이었습니다. 거기에 널찍하게 장소를 잡고 직원도 상당수 채용을 해서 장사를 시작했고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자리 나길 기다리는 행렬을 만드는 성과를 올립니다.

다들 갈비와 냉면 맛이 너무너무 괜찮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먹어봤지만 사실 아주 특별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식당은 연일 북새통입니다.

거기에 하나 중요하게 작용한 게 바로 주방장에 대한 소문이었습니다.

식당의 사장이 그 주방장을 스카웃하기 위해 벌인 노력이 아주 파격적인 겁니다.

어디서 근무하고 있던 주방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사장은 주방장에게 계약금 2억에 연봉은 국내 최고를 약속하고 거기에 당시 국산 최고급차였던 다이너스티를 빼줬다는 겁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단서로 '배신하면 끝'이라는 걸 붙였답니다.

화끈하고 무섭기까지 한 스카웃 조건에 대한 얘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졌고 그 얘기는 식당 이름을 대면 "아하! 거기!"하면서 스토리가 줄줄 나오는 수준까지 됐습니다. 원래 특이한 건 기억도 잘 되고 화젯거리에 자주 오르기 때문에 소문은 더 잘 퍼집니다.

그런 소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주방장이기에 그 정도나 해줬대?"라는 의문을 낳고, 의문은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맛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최고라는 소문의 사람이 만들어낸 맛의 경험을 위해 고객은 꼭 한번이라도 가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그게 실현될 시점에선 자신도 그 맛의 향유대열에 속했다는 1차 만족감을 줍니다. 그리고 한끼 식사를 때우기 위해 찾은 음식과 맛을 한번 꼭 보고 싶어 찾은 음식이 사람에게 다르게 와 닿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나도 한 번 먹어봤다'는 얘길하기 위해 맛을 음미하면서 먹게 됩니다. 당연히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그 주방장의 맛은 독특하다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일종의 '맛의 표준'같은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이 독특하고 최고라는 경험에 대한 상상을 안고 그 맛을 보기 위해 몰리는 겁니다.

여기서 돋보이는 게 식당 사장의 마케팅 감각과 결단력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선 원천기술이자 핵심인 식당의 주방장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하고, 그 자체를 식당의 가장 큰 무기로 하여 시장공략에 성공한 것입니다.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에서 얼마 전까지 전설이라 불리는 천재들 4명이 모여 제품개발에 몰두한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전공과 기술까지 얘길 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고, 대략 말씀 드리면 누구나 찬탄해 마지않는 그래서 '전설'이라고 까지 소문이 난 그들이 모여 개발하기로 한 신기술은 제가 판단하기로도 성공만 한다면 전 세계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대단한 것입니다.

"설마 그런 게 있을 라고"하는 의심 섞인 주변의 우려도 개발자들이 누구라고 하면 바로 수긍을 하고 믿기 시작을 합니다.

기술 자체보다도 개발자들의 초인적인 기존의 평가가 강력한 신뢰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당연히 돈을 대겠다는 업체나 사람들은 줄을 섰지요. 기술에 대한 설명과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어떻게든 알기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기존의 많은 벤처회사의 입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겁니다.

이 경우 어떤 오너가 있어 과감하게 배팅을 한 게 아니고 각자 신화적인 인물들이 결합을 하여 원천기술에 대한 성공가능성에 확실한 신뢰를 심어준 게 식당의 예와 다를 뿐입니다.

중요한 건 바로 원천기술 혹은 핵심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이미지가 전체적인 성공을 이루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최고를 영입하기 위한 최고의 배팅, 최고의 기술력을 위한 최고의 결합을 시도할 때 다른 일들이 술술 풀려 나가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분명히 할 게 바로 이겁니다. 가장 핵심인 부분을 가장 핵심답게 보일 수 있도록 시도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