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어학교재 출판사에 근무하는 김모(28)씨의 아침은 포털 사이트의 토익 관련 커뮤니티 접속으로 시작된다. 주요 포털의 질의 응답 코너에 토익 응시 준비자인 것처럼 가장한 글을 올리기 위해서다.
“A출판사 홈페이지에선 정답 맞혀보기가 무료네요. 동영상 강의 기본반이 한달이면 되네요”처럼 수험생들 귀를 솔깃하게 하는 답변을 띄운다. 이런 마케팅 활동에 전 직원이 뛰어들다보니 옆 자리 직원이 어제 야근하면서 올린 질문에 답하는 웃지못할 경우도 많다. 직원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교재 홍보에 나서는 셈이다.

회원이 40만∼50만명에 이르는 주요 포털 카페들이 주 활동무대지만 회원이 적은 곳도 공략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게시물이 적을수록 주목도는 높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 목적은 학생들 뇌리에 교재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이라며 “티 안 나게 주기적으로 올리는 게 핵심전략”이라고 말했다. 똑같은 글을 도배하는 재래식 방법은 한물 간 얘기라고도 했다. 이 출판사가 출간하는 토익 교재는 올해 대형서점 어학분야 판매량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인터넷 익명성을 활용해 포털 질의 응답 코너에서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인터넷 마케팅이 활개치고 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희석시키거나 새 제품을 소개하는 게 주요활동이다. 마케터 유형은 다양하다.

A출판사처럼 전 직원이 인터넷 마케팅에 달려들기도 하지만 브랜드 별로 전담 직원을 두거나 현금,수강증,영화 티켓 등을 대가로 아르바이트 학생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B기업 홍보 담당자는 “네티즌들이 포털에 머무는 시간은 많은 반면 회사 홈페이지에는 잘 접속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마케팅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요 포털은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하는데도 게시물의 신뢰도 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최대 포털 네이버의 지식검색 섹션 지식인에는 최근 1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만958건의 게시물이 올랐다. 지난해 10월 4000만건이던 누적 게시물이 이번 달 5130만건으로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디렉토리 에디터 100명의 신고에 의존해 불량 데이터를 삭제할 뿐이다. 이마저 건전성을 해치는 악플 지우기에 바쁜 실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항의는 많이 받지만 삭제하기에 모호한 홍보성 게시물이 많다”고 말했다. 홍보성 게시물은 아예 단속 대상도 아니다. 포털 게시판에 홍보성 질문과 답변의 비중이 커져가면서 네티즌들의 콘텐츠 신뢰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박동숙 교수는 “정보 공유라는 인터넷 장점보다 콘텐츠 신뢰도에의문이 커질수록 네티즌은 더 이상 포털에선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며 “이런 생각이 퍼지면 인터넷 정보공유 기능은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