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충동을 유발하라

보통사람들에게 남의 집 경사보다는 싸움이나 불 구경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즐겁고 유쾌한 일보다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일이 심리적으로 더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엑스 같은 거대한 전시장에 들어섰다고 치자. 전시장의 수백 개 파빌리온 중에서 가장 사람의 관심과 시선을 잡아끄는 파빌리온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철저히 벽을 치고 가려둔 폐쇄형 사이트라는 결과가 있다. 사통팔달의 개방형보다는 의외로 어두운 벽이나 칸막이로 첩첩이 막아 놓은 외견에서 더욱 비밀스러움을 느끼고 침투(?)하고픈 충동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하다’는 말은 바꿔 표현하면 보다 충동적이고 매혹적인 형용사가 될 수 있으며, 결국 단발적이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성공하려면 이러한 자극적 요소를 외면하고 피해갈 수 없다.

네거티브 마케팅의 전형, 음반시장의 ‘귀신 대박 신드롬’
우선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변의 네거티브 마케팅 사례를 살펴보자.

가수가 음반을 녹음할 때, 녹음실에서 귀신을 보게 되면 그 음반은 속칭 ‘대박이 터진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 스튜디오 내에서 귀신을 봤다는 가수들이 방송에 나와 증언(?)하는 것은 철저한 네거티브 마케팅을 위해 준비된 ‘헐리웃 액션’이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귀신이 나온 녹음실에서 녹음된 음반 속에 혹 귀신 소리나 귀신의 사진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귀신이 나오면 대박 터진다는데 한번 사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구매의 이유가 유발됨은 물론 그보다 앞서 그 가수와 음반의 브랜드 퍼블리시티의 노예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이른바 충동적 집중성에 쉽게 노출되고 말기 때문에 마케팅 담당자에게 홍보의 영역을 그만큼 적극적으로 알아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네거티브 마케팅은 주로 단발적이고 단기간에 좀더 폭발성 있는 프로모션을 위한 기법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꼭 그러한 센시티브한 공격력 말고도 다양하고 방대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메가트렌드》의 저자이자 저명한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 교수가 10여 년 전에 앞으로의 미래 사회를 가리키며 외쳤던 유명한 말이 있다. ‘High tech, High touch!’ 그렇다. 이 한 문장의 외침은 21세기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직선적인 표현이자 코드를 나타내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정보와 기술, 생활의 모든 테크놀로지가 발달되어감에 따라 정서적으로는 상당히 메마르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문화의 개발과 정서적인 발달이 요구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존 나이스비트의 이 가설은 단지 그냥 지나가는 추측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서적이고 충동적인 마인드의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네거티브한 컨센서스(consensus)다.
주간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톱 뉴스를 보면 누가 상을 받았거나 히트를 친 게 아니라 대부분 이혼, 폭행, 사고에 관한 소식들이다. 쇼킹한 것으로 따지자면 긍정적인 내용들도 있지만 안좋은 뉴스를 앞에 내보내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모양이다. 또한 ‘인터넷 군주’를 모시고 사는 현대인들의 일상이 탄생시킨 시대의 총아, 바로 ‘몰카’가 네거티브 문화 컨텐츠의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네거티브 마케팅의 강력한 스폰서는 ‘인터넷’
예컨대 어떤 음료수를 출시하려 한다고 하자. 음료수 회사는 두 곳의 마케팅 회사로부터 각각 신제품 프로모션 제안을 받게 되었다. 한 업체는 10억원을 써서 제품의 장점을 부각한 언론 광고와 쿠폰, 세일즈 등 수십 가지 다양한 런칭 프로모션 아이템을 가져왔다. 그런데 다른 한 업체는 단 한 장의 제안서에 다음과 같이 써 냈다. ‘10억원으로 유명 여배우를 섭외하시오. 야한 장면 위주로 찍은 다음 <00의 몰카>라는 타이틀로 인터넷에 유포하시오. 단, 결정적인 장면에 그 여배우가 5초간만 그 음료수를 온 몸에 뿌리도록 하시오.’
과연 어떤 방법이 효율적일지 그것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여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현대인들은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모든 것들에 너무나 무기력했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5초의 숨겨진 타락 속으로 모든 이들은 익명의 가면을 뒤집어쓴 채 수없이 달려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온라인 상의 익명성이라는 거대한 혜택은 참으로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전세계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네크워크는 바로 수년 전 모양의 몰카 비디오의 유포 때문에 한 단계 도약했다는 웃지 못할 주장도 있다. 웹 상에서 만들어지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회 각 분야의 여론을 형성, 모든 사안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의 가장 훌륭한 스폰서는 온라인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나쁘다’는 곧 ‘숨는다’이므로. 익명성의 천국인 온라인에서 대상들을 자극할 만한 프로모션을 전개한다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월간B&F> 
이희근 (기존의 프로필에 이어서) 메가박스, 밀리오레 오프닝 프로모션 총기획. 한국통신, 멀티로, 1515, skdlzl 등 프로모션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