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화장대를 한번 보자. 기초 화장품에서 색조 화장품, 한 발 나아가 기능성 화장품까지 아무리 안 되도 최소한 다섯 가지쯤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얼른 머리를 굴려 이 화장품들 값이 모두 합해 대충 얼마쯤 되는지 계산해 보자. 5만 원? 10만 원? 세계적인 유명 화장품을 안 바르면 얼굴에 뾰루지가 난다는 명품형 얼굴(?)이라면 40만 원은 훌쩍 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화장대 위에 있는 화장품 한 개 값으로 기초에서 기능성까지 풀세트로 완벽하게 갖출 수 있는 화장품이 있다. 초저가 화장품 미샤가 바로 그것이다. 아니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겠다. 미샤는 ‘초저가’라는 말을 병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저가(低價)가 아니라 이것이 원래 화장품의 정가(定價)’라는 게 미샤의 주장이므로 다시 고쳐 써야겠다. 당당한 가격의 정가 화장품 원조, 미샤로 말이다.
미샤 화장품은 대부분이 3,300원이며 가장 비싼 것은 미백, 주름 방지를 위한 기능성 화장품으로 8,900원이다. 기존 화장품 가격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껌값’이다. 그러나 이 ‘껌값’ 같은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뜨겁다. 미샤는 정식 출범 3년, 매장 개점 2년 만에 매출이 150억 원을 넘었다. 그러나 미샤의 이 같은 성공을 불황과 맞물린 반짝 호황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미샤는 정말 갖춘 것 하나 없는 화장품인데 단순히 ‘껌값’이라는 마케팅이 ‘불황’이라는 때를 잘 만나 신데렐라가 된 브랜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3,300원짜리가 오죽 하겠어.”, “싼 게 비지떡이야.”, “정말 괜찮을까, 믿을 수 있을까?” 미샤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는 미샤를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다. 미샤를 한번이라도 얼굴에 발라본 이들은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신감에 젖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사용해 온 화장품 회사에 괜한 짜증이 나고 후회가 밀려올 것이다.
미샤는 가격은 껌값이지만 품질은 명품이라는 것을 마케팅 컨셉트로 정했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얘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비싸야 명품이고, 명품은 비싸다는 통념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게 미샤의 주장이며, 이 정도의 가격으로도 충분히 좋은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중의 하나가 바로, 알면 까무러칠 정도로 낮다는 화장품 원가가 아닌가. 재료비, 인건비, 개발비 등을 포함한 제조원가가 화장품 가격의 20%이고, 나머지는 유통 및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라고 하니 순수하게 제조원가만 따진다면 미샤의 말대로 미샤의 가격이 정가라고 할 수 있다. 내용물의 원가는 3~7%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비싼 화장품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기능보다는 대부분 브랜드를 보고 화장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많은 화장품업체에서 예쁜 용기, 수억 원대의 톱 모델, 그림 같은 광고 등의 감성 지향적인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샤는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론칭까지 모두 감성보다는 기능에 마케팅 무게를 실었다. 값싼 명품이라는 컨셉트를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기 위해서였다. 즉 화장품을 패션이 아닌 칫솔, 치약과 같은 생활 필수품으로 인식해 기능에 초점을 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그 덕분에 가격 거품의 원인인 용기, 마케팅 비용을 줄여 3,300원이라는 가격이 가능했다.
# 인터넷 마케팅이 미샤의 힘
미샤를 만들어 낸 에이블 C&C의 서영필 사장은 미샤는 에이블 C&C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는 온라인 소비자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한다. 미샤의 탄생 스토리를 들어보면 서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만 하며, 미샤가 무턱대고 단순히 저가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은 게 절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어 에이블 C&C는 주요 마케팅 도구로 인터넷을 활용하기로 했다. 미샤 이전에 1997년 처음 내놓은 ‘잎스’라는 화장품 브랜드의 커뮤니티로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소비자들이 매우 적극적이고, 폭발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온라인을 통해 자사 브랜드만을 판매할 수도 있으며, 유통단계도 생략할 수 있으니 원래 의도한 대로 저가의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참여 마케팅으로 브랜드 홍보까지
미샤는 포털 사이트 뷰티넷을 홍보하고, 미샤라는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하고 론칭하려고 회원들에게 3,300원의 택배비만 받고 화장품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화장품 개발과 원가를 훤히 꿰뚫고 있는 서 사장은 택배비만 받아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신제품의 종류가 점차 늘어났다. 회원도 1년 후인 2001년에는 40만 명, 70만 명, 100만 명으로 불어나더니 현재는 160만 명이 되었고 미샤맨, 미샤 지원군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단지 화장품을 공짜로 얻으려고 몰려든 인원이 아니었다. 아무리 값이 싸다고 해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화장품을 누가 선택하겠는가. 이들의 재구매율이 70%에 달한다는 것은 품질에 대한 검증이기도 하다.
# 새로운 유통구조로 불붙어
온라인 마케팅이 미샤의 첫째 마케팅 성공 요소였다면 둘째 성공 마케팅 키워드는 기존 유통 시스템을 거부했다는 데 있다.
화장품 시장은 보통 방문판매와 백화점 판매, 여러 화장품들을 한 매장에 모두 구비해 놓고 함께 파는 전문점 형태로 되어 있다. 이 유통구조들은 모두 대리점과 소매점 등의 중간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을 통한 마진이 화장품 가격을 높이는 가장 큰 주범이 된다.
미샤는 이 같은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방법의 유통구조를 선택했다. 이는 처음 미샤를 기획할 때부터 염두에 둔 부문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단독매장을 개점했다. 유통구조에 대한 이 같은 엄청난 꿈을 안고 있던 미샤는 제품라인이 500여 개를 넘어서고, 회원이 100만을 넘어서던 2002년 3월 이화여대 앞에 7평짜리 매장을 처음 개점해 현재 10여 개 직영점을 포함해 140여 개 가맹점을 개점했으며, 올 연말엔 200호 점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단독 매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4~5단계를 거치면서 불어난 마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사실 이 같은 유통구조는 다른 화장품 회사도 구미가 당겨하는 형태지만, 전문점을 통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화장품업체와 전문점 간의 관계 때문에 메이저급 화장품업체들은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그러나 미샤의 경우 온라인 회원만도 100만 명이 넘었으니 브랜드 파워도 있었고, 처음부터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했기 때문에 전문점과는 상관없이 단일 브랜드 매장 개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리점, 소매점이 없으니 이에 대한 영업을 별도로 하지 않아 이에 대한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150억 원 매출에 영업사원이 달랑 세 명뿐이니 3,300원이란 가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엿볼 수 있다.
미샤는 저가 화장품이지만 싸구려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화장품 용기를 모두 단가가 낮은 플라스틱으로 사용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품 낱개별 종이 포장 박스나 설명서도 모두 없앴지만 그렇다고 허술하게 그냥 되는 대로 얼굴을 꾸미지는 않았다. 로고와 디자인을 세련되고 깔끔하게 설정했고, 매장의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감각과 의지만 있다면 이는 싼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마케팅 기법이라는 게 미샤의 설명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마케팅을 알토란처럼 알뜰하게 활용하던 미샤는 2004년 1월부터 보아를 모델로 한 TV CF를 방영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회원들은 ‘장사가 조금 되더니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광고비용을 뽑아내기 위해 곧 제품 가격을 올릴 거 아니냐’며 성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샤는 회원들이 만들어 낸 미샤인 만큼 회원들을 기만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번 광고의 목적은 140여 개 가맹점들을 위한 한시적 마케팅일 뿐이라며 상세히 설명했고, 앞으로도 과도한 광고는 지양할 것이며, 가격을 절대 올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 회원들이 만들어 낸 ‘미샤’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으로 나온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미샤의 성공을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혹평도 있지만, 비싼 돈 주고 브랜드 이미지를 얼굴에 바르는 소비자가 있듯 싸더라도 품질만 좋다면 이를 선택하겠다는 소비자가 있는 한 미샤의 목표 매출액 800억 원은 꿈이 아닐 듯하다.
온라인 참여 마케팅_ 첫째 조건은 확실한 품질임을 명심하라. 제품 타깃이 온라인 세대와 맞는지 확인하라. 회원 하나하나에 세심한 신경을 써라. 칭찬보다는 불만사항에 바로바로 반응하라. 작은 의견이라도 귀 기울여라. 회원 확보에만 급급하지 말라. 일 대 일 마케팅을 시도하라.
새로운 유통구조 활용_ 위험부담이 없는 개혁은 없음을 인지하라. 기존 유통 구조를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라. 새로운 유통형태를 개발해 내라. 새로운 유통 형태를 수용할 만한 조건을 갖춰라. 결과에 대한 조급한 마음은 버려라. 충분한 시간 동안 적용하라
[출처] 소비자가 참여하는 마케팅 전략 (쇼핑몰 대박못내는 진짜이유!) |작성자 프런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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