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처럼 소비자에게 침투하라
새로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려 하는 모든 이들에게 네거티브 마케팅을 구성하는 컨텐츠와 전략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포인트는 마케팅을 통해 반영되고 마케터의 의지를 실어 나르는 ‘시대성’이라는 요소다. 네거티브 마케팅의 성격은 바이러스를 많이 닮아 있다. 바이러스의 큰 특징은 자신들이 침투하고 번식하는 것이 숙주의 상황에 따라 좌우되고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즉 의도적으로 바이러스 형태의 마케팅을 구사하려 한다면 반드시 적절한 시기와 상황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북핵 위기니 6자 회담이니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반전 반핵’ 내용의 가요를 프로모션 한다면 잠시 스포트 라이트는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의도와 장삿속이 금새 드러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월드컵이 한창일 때 축구장이나 광화문 같은 장소에서 야구복을 단체로 입고 응원을 한다면 얼마나 화제를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사업과 마찬가지로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철저히 투자 대비 효율(수익률)로 평가된다. 월드컵 축구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지난 한일 월드컵 당시 소위 ‘붉은 악마’를 이용한 SK텔레컴의 마케팅은 시간 및 비용 투자 대비 성과로 미루어 전세계 역사상 금메달을 줘도 시원찮을 혁혁한 대성공이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였던 경쟁사 KTF도 부랴부랴 단체 응원전을 개최해 사람들을 모았지만 거기에도 모든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어 SK텔레컴 광고를 해준 꼴이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인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기업의 동반자 역할을 해준 ‘붉은 악마’라는 위대한 존재에 있다. 만약 ‘붉은 악마’가 아닌 ‘붉은 팀’이라든지 ‘레드 응원단’로 했다면 그 존재의 브랜드 가치는 얼마나 미약했을 것인가 말이다. 사람들은 악마의 존재와 공격성에 관심이 있지 응원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없는 법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마케팅에서 정말 네거티브한 요소를 찾아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네거티브 마케팅의 오류가 종종 드러나곤 한다. 가령 시나리오 작가는 엔딩 부분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슬프다고 생각해서 어떤 장면을 삽입했는데 의외로 관객들은 예상했다는 듯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름이니까 매장 입구에서 부채를 나눠주면 손님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몇 사람만이 기웃거리다 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이성과 감성을 대상으로 대응하는 커뮤니케이셔닝은 항상 의외성과 밀도 있는 고객 접점을 요구한다. 하지만 시도했던 것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네거티브 하다고 펼친 전략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사전 검증 절차로 실시해보는 것이 모니터링, 샘플링, 케이스 스터디 등이다. 가상의 현실을 잠재 고객에게 제공하고 그 반응을 하나의 가늠자로 해 결과에 따라 마케팅의 강도와 수준을 조정하기 위한 절차다. 의외로 대중은 강인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쉽게 표현해 요즘 시대에는 약발(?)이 잘 안 먹히는 경우가 흔하단 말이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네거티브 하려면 아주 철저하게 네거티브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네거티브 하면 할수록 그 반증과 반전의 열쇠가 되는 명분을 명확하게 제공하라는 점이다. 브루스 윌리스와 결혼 생활을 하던 데미 무어는 한때 하나에 수백만원씩 하는 인형을 모으는 사치를 즐긴 적이 있다. 그 때 언론에서는 “아무리 헐리웃 스타지만 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마케팅 했다. “보통사람하고 똑같다면 저에게 스타라고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퍼스트레이디 시절 남편의 스캔들 사건이 터지면서 전세계가 뒤집어졌다. 그 때 그녀는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한마디를 했다. “남편으로서는 죽이고 싶도록 밉지만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용서하고 싶다.” 이 한마디로 빌 클린턴은 임기를 나름대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바로 그 한마디가 이룬 쾌거일 것이라고 필자는 단언할 수 있다.

시작은 네거티브 하게 마무리는 포지티브 하게
네거티브한 상태로 확산된 PR의 주체가 네거티브한 상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네거티브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고 일단 이슈화에 성공하면 포지티브하게 전환, 긍정성과 인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끝으로 네거티브 마케팅의 소재를 선택함에 있어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영역을 건드려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예를 들면 지난 1990년대 광고계 ‘뜨거운 감자’였던 베네통의 시리즈 광고가 대표적이다. 흑인 수녀와 백인 신부의 사랑, 전쟁에 사살된 군인의 피뭍은 상의, 환자의 죽어가는 모습 등등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실사 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베네통의 메시지는 섬뜩했다. 그 컨텐츠가 말하고자 하는 화두 자체가 상당히 금기시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 효과가 훨씬 컸다고 생각한다.
국내 최초로 커밍아웃을 실현한 용감한 동성애자 개그맨 홍석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네거티브하고 쇼킹한 발표 소동을 통해 인지도 확산 및 성적 소수자들의 긍정적 커뮤니티를 형성했지만(그것이 의도되었든 아니었든 간에) 아직 포지티브한 단계로의 전환점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그의 용기 있는 결단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앞으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에 대해 보다 초연하고 거시적인 사회적 시야를 적용해야 한다는 확연한 명제가 있다.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 사회는 모였다 흩어지곤 하는 유연하고 임시적인 융통성 있는 조직이며 핵가치화를 통해 모두의 의지가 다양하게 표현되는 화려한 색색의 캔버스”라고 표현한다.
앞서 강조한 네거티브 마케팅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다가치화, 핵가치화에 있다. 모두가 제각기 다르고 특색 있는 성향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나갈 때, 분명 그 가치를 역이용한 틈새 시장과 수요는 번뜩이며 존재할 것이고 내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그 가치는 반드시 적용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초기에 아이템, 자금, 조직력, 지명도 등 모든 자산의 준비가 기존 경쟁사에 대항하기 힘들 때, 네거티브 전략을 통한 이슈 확립에 주력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현대의 마케팅 이론을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중은 예상보다 다분히 충동적이고 그러한 충동을 선점하는 길만이 자본과 조직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월간B&F> 
이희근 (기존의 프로필에 이어서) 메가박스, 밀리오레 오프닝 프로모션 총기획. 한국통신, 멀티로, 1515, skdlzl 등 프로모션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