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 뇌가 손상되면 보호자들이 한결같이 ‘사람이 바뀌었다’라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엄마, 아빠, 남편, 아내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뒤쪽 뇌가 손상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사람이 바뀌진 않는다. 뒤쪽 뇌가 손상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다.
만약 CEO가 뒤쪽 뇌가 손상되면 기억력과 계산력이 좀 떨어지긴해도 본인이 그걸 인지하고 메모도 하면서 주위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그럭저럭 CEO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CEO의 앞쪽 뇌가 손상됐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람이 멍해지면서 우유부단해지고 큰 그림을 못 보고 작은 것에 매달리게 된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화도 잘 낸다. 결국 CEO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뒤쪽 뇌를 통해서 정보가 들어온다. 뒤쪽 뇌를 통해서 촉각, 청각, 시각이 들어오고, 들어온 정보가 저장이 된다. 뇌를 반쪽으로 잘라보면 안쪽에 해마라는 기억센터가 있고, 그곳에 정보가 저장된다.

한마디로 뒤쪽 뇌는 정보를 받아서 저장하는 곳이다. 비디오카메라에 비유하면 렌즈를 통해서 시각적인 정보가 들어오고 마이크를 통해서 청각적인 정보가 들어오고 그것이 테이프에 저장된다. 그 자체가 뒤쪽 뇌인 것이다.

비디오카메라를 통해서 테이프에 정보가 저장되었으면 나중에 우리가 그것을 재생해서 보게 된다. 그리고 필요하면 조각조각 나눠서 편집을 거쳐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 장면들을 다시 재편집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곳이 바로 앞쪽 뇌다. 정보를 모아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곳이다.
회사에서 보면 외부 정보도 있지만 회사 내부의 욕구도 있다.

뇌도 비슷해서 감정센터가 있다. 감정센터를 통해서 욕구가 올라온다. 해마 바로 앞쪽에 편도차라는 감정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충동이 올라온다. 충동이 올라와서 전두엽에게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전두엽 입장에서는 그것을 다 표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이런 장소에서 바지를 벗겠다 안 벗겠다를 결정하는 곳이 앞쪽 뇌이다. 한마디로 앞쪽 뇌는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와 뇌 속에서 올라오는 내부 욕구를 조절하고 통합하는 사령탑, CEO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앞쪽 뇌 손상되면 어떤 자극에도 반응

뇌는 변한다. 과거에는 뇌세포가 한 번 태어나면 그걸로 끝이고 잃어갈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뇌세포가 증식하고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소개된 유명한 논문을 보면, 저글링을 3개월 시켰더니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뇌가 두꺼워졌다. 그리고 다시 저글링을 3개월 동안 하지 말라고 했더니 두꺼운 부분이 없어졌다. 이런 식으로 뇌는 엄청난 변화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첫 번째로 운동이다. 운동은 치매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65세 이상 정상인들의 지난 1년 동안의 운동량을 조사했다. 걷기, 하이킹, 사이클, 에어로빅, 수영 등을 주 3회 이상씩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운동한 사람들의 치매 발생률이 훨씬 더 낮았다.

운동이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운동을 하면 인지기능이 좋아질까. 역시 지난 1년 동안 운동량을 조사해서 운동을 많이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더니 기억력을 비롯해서 모든 인지영역에서 운동을 한 사람이 더 우수했다.

그럼 운동을 하면 뇌의 부피가 변할까. 1주일에 3회, 1시간 최대 심박수 40~50%로 시작해서 60~70%까지 운동을 하게 했다. 심박수가 70%에 도달하려면 맥박수가 120회 정도 된다. 이 정도 해야 운동이 된다.

이렇게 매일 기록해 가면서 에어로빅을 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비교했더니 운동을 한 쪽의 동기센터, 기획센터 등의 뇌가 두꺼워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면 뇌는 분명히 변한다. 기억력이 향상되고 기획능력이 향상되며, 강한 동기가 생성된다.
앞쪽 뇌를 보호하는 두 번째 방법은 깨끗한 혈관을 갖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깨끗한 혈관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뇌혈관 질환 즉, 중풍에는 두 가지가 있다. 터지는 것을 뇌출혈이라고 하고 막히는 것을 뇌경색이라고 한다. 심장에서 뇌혈관이 쭉 올라가는데, 나중에 올라가다 보면 조그만 혈관이 되고, 혈압이 높아지는데 고혈압이 있으면 높은 혈압 때문에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핏덩어리가 뇌 속에 생긴다.

이렇게 뇌출혈도 생기지만 더 흔하게는 혈관이 막힌다. 혈관 벽에 아무것도 없이 깨끗해야 하는데, 기름기가 계속 쌓이게 된다. 그러면서 상처가 난다. 상처가 나면 피딱지가 생긴다. 혈관 안쪽도 피딱지가 생기면서 그게 커지니까 나중에는 꽉 막히게 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이런 지저분한 혈관을 갖게 될까. 7가지의 위험 인자가 있다.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병, 고지혈증, 비만, 운동부족 등이다. 이 중에서도 비만과 운동부족이 주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운동은 안 하고 뚱뚱하니까 남는 기름기가 자꾸 쌓이게 되고, 고혈압이 생기고, 당뇨병 생기고,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는 것이다. 본인이 표준체중보다 10kg 정도 많다고 하면 몸이 10kg 배낭을 짊어진 것과 같다고 환자들에게 이야기한다. 10kg 배낭 짊어지면 진짜 무겁다.

10kg 무게가 더 나가면 인생관이 달라진다. 자리만 보면 앉고 싶어진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뼈와 근육이 약해진다. 그리고 지방형이 된다. 그래서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되고 앞쪽 뇌의 혈관이 많이 막히기 때문에 동기센터가 망가진다. 동기센터가 망가지면 운동은 더욱 하기 싫어지는 등 악순환의 상황이 발생한다.

똑똑하게 오래 사는 앞쪽형 인간

세 번째는 술 안 마시기이다. 술을 마신 뇌를 보면 앞쪽 뇌가 헐렁하다. 가끔 건강검진을 하다가 이런 뇌를 보게 되는데, 그분들에게 술 많이 마시냐고 물으면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한다.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해서 신경섬유 하나하나를 그려낼 수가 있다.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을 그린 것을 보면 가닥이 엄청 많다. 그런데 술을 마시게 되면 이게 닭털 빠진 것처럼 빠진다. 특히 앞쪽 뇌 쪽으로 많이 빠진다.

폭탄주를 마시면 자꾸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에 충동억제센터가 망가지고, 그러면 술을 더 먹게 된다. 우리 국민들의 술 소비가 전 세계 1, 2위라고 하는데, 이것은 충동억제를 못하는 국민을 만드는 것이다.

앞쪽 뇌를 저축하면 뭐가 좋을까. 똑똑하고 오래 살게 해준다. 앞쪽 뇌를 개발시키면 뒤쪽 뇌까지 같이 개발된다. 그러나 뒤쪽 뇌만 개발시키면 앞쪽 뇌까지 미치지 못한다.

앞쪽 뇌는 성공하는 뇌이다. 동기센터, 기획센터, 충동조절센터를 통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충동억제를 하는 이 사이클은 반드시 성공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항상 ‘나는 누구인가? 나의 색깔은 무엇인가? 나만의 고유함은 무엇인가?

나는 왜 태어났고,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진리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만의 아름다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앞쪽 뇌이다. 이걸 개발하고 보호하면 평소에 성공적으로 살다가 치매도 안 걸리고, 혹시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가 되는 것이다.
정리=이재훈 기자 (jho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