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환경의 발전과 더불어 점점 더 다양해지는 정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화려한 정보가공 기술과 함께 새로운 인프라에 부합하는 최신의 매체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멀티미디어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유선 인터넷은 구시대 통신환경으로 인식되어가고 있으며, 점점 모바일이나 여타의 무선장비들을 활용한 무선 인터넷의 멀티미디어 정보서비스가 또 다시 새로운 트랜드로 이해되기 시작한 듯하다.

유선 인터넷의 정보 서비스를 기획하는 직업을 가진 우리들에게는 다소 위기감이 느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무선 인터넷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무선의 장점을 기본개념으로 유비쿼터스의 정보통신 환경이 이슈로 떠올랐으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반영하고자 하는 많은 기획자들이 정보를 최대한 멀티미디어화 하려는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모 이동통신 업체의 웹사이트를 보면 u-world라는 플래시 컨텐츠를 통해서 유비쿼터스가 도래하는 환경에 대해서 가상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의 통신기기들이 제공하는 화려한 멀티미디어 정보 서비스들을 보고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다소 앞선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들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좀더 유비쿼터스의 핵심에 다가가 이러한 유비쿼터스 환경이 우리가 피상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최신의 고성능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한, 그리고 장소를 초월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2002년 컴덱스 기조연설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수많은 관람객 앞에 자신이 차고 나온 손목시계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빌 게이츠 회장이 선보인 시계는 단순히 시간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방송국이 보내는 FM전파 속에서 주인이 필요로 하는 인터넷 정보만을 걸러내는 스마트 시계였다.

보통 라디오 방송국이 사용하는 FM주파수에는 다른 방송국들과 혼선을 막기 위해 음성정보가 실리지 않는 여분의 주파수대역이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남은 FM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초당 12Kbps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스폿(SPOT:Smart Personal Object Technology)’이란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스폿은 손목시계는 일상기기에 인터넷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차세대 개인용 스마트기술이긴 하지만 구형 전화모뎀보다 전송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멋진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화려한 정보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무선 인터넷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에서도 사진은 물론 동영상 정보도 간단하게 취급할 수 있는 지금, 최신의 유비쿼터스를 이야기 하면서 새삼 몇 년 전에 나온 새롭지도 않은 기술을 언급하는 이유는 기존에 막강하게 구축된 라디오 전파라는 인프라 때문이다.

아직도 정보통신 선진국에서 조차 휴대폰 통화조차 안 되는 지역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인프라의 한계 속에서 특정 인프라가 존재해야 가능한 유비쿼터스 환경을 걱정하기 앞서 방송국이 발신하는 전파망이 지구표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수신이 불가능한 지역은 거의 없는 라디오 전파야 말로 히말라야 정상, 남극,또는 태평양의 외딴 섬까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별도 통신망이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유비쿼터스가 화려한 멀티미디어 정보서비스라는 개념보다는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정보서비스여야 한다는 점에 있다. 화려한 영상지도를 서비스 하지만 정작 외딴 곳에서 길을 잃었을 때 인프라가 지원되지 않아서 필요한 도로정보를 주지 못하는 정보매체라면 진정한 유비쿼터스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혹 우리의 인식에 자리잡고 있는 유비쿼터스가 모 이동통신업체에서 제안하는 U-world와 같이 한정된 인프라에서만 존재하는 최첨단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라는 잔상에 종속되어 화려한 정보 서비스만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변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진정한 유비쿼터스 환경이란 현재 실생활에 공유된 인프라를 얼마나 더 유용하게 이용하여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폿 손목시계처럼 장소에 상관없이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통신환경이라면 그것이 화려한 멀티미디어 정보가 아니더라도 단순한 문자나 신호만으로도 충분하다. 내일의 날씨를 알아보는데 반드시 동영상 메일로 비가 오는 장면을 봐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비가 온다’는 문자메시지면 충분하다.

물론 더 정확한 정보의 전달을 위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동영상이 필요하고 각종 부가적인 정보전달을 위해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가 필요하긴 하지만 차세대 유비쿼터스 환경에 적합한 정보의 양상이 반드시 화려한 UI를 갖춘 멀티미디어 정보 서비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수한 정보들이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서 쏟아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기획하는 정보가 화려하게 멀티미디어화 되는 것만이 다음 세대의 새로운 정보전달 방식인 것으로 이해하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유비쿼터스의 핵심은 실생활이며 기획자는 실생활에 더 유용하게 접목할 수 있는 정보전달 방식을 기획해야 한다. 그것은 멀티미디어라는 정보의 화려함보다는 적재적소에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의 유용성에 더 우선해야 하며 정보의 전달 방식에 대한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정보의 바닷속에서 유용한 정보보다는 화려한 정보가 더 주목 받고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합한 정보를 설계하고 기획하기 위해서는 최신의 트랜드나 최신의 매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정보의 기본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이 유용하게 전달될 최적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보의 설계자로서 자칫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것들이 유용한 집을 짓는 것보다는 멋진 집을 짓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와 그것에 대한 접목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방식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늘 사용해 왔던 것에 대한 연장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지만 않는다면 어떠한 정보통신 환경이 도래해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정보 기획자의 기본기를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출처 : Tong - 넷티스트죠님의 비즈니스 뒤집기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