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많은 호텔이 있다. 호텔마다 고객을 보다 많이 유치하려고 광고와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광고는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몇 년 전에 경주의 힐튼호텔이 광고경쟁을 시킨 적이 있다. 역이나 공항 등에 붙일 와이드칼라 광고에 붙일 광고 아이디어를 몇 개의 광고회사를 대상으로 공개경쟁을 시켰다.

내 동생은 어느 광고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 친구도 힐튼호텔의 이 광고를 따려고 고민을 하고 또 했다. 호텔광고라면 보통 멋진 호텔풍경사진에 카피 한 줄과 로고, 전화번호를 넣은 것이 상식이다. 그는 좀 다르게 하고 싶었고 정말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남들처럼 그럴싸한 사진에 멋있는 카피를 넣은 것을 탈피하고 싶었다.

그는 고민 끝에 아무런 광고안도 준비하지 않고 힐튼호텔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광고회사에서는 화려한 사진위주의 광고안을 준비했다. 동생 차례가 오자 그는 호텔의 경영진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 말로 설득했다. 요지는 이렇다.

경주에는 많은 호텔이 있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 등에서 오는 고객들은 어느 호텔로 갈지 고민을 하게 된다. 호텔은 모두 특급이고 시설도 다 좋고 서비스도 모두 훌륭하다. 그런 것을 강조하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경주에서의 호텔 선택이니 이를 강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카피는 이런 느낌으로 쓰겠다. 경주하면 힐튼부터 생각나도록 하겠다. 힐튼이라는 이름에는 이미 최고의 호텔이미지가 있고 서비스나 시설에 대한 만족감이 내포되어 있다. 그걸 강조하는 것보다는 경주라고 하면 무엇보다 힐튼이 먼저 떠오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사진은 나중에 멋있는 걸 찍어서 만들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때 이 친구가 제시한 카피는 이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