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통일성. Consistency.

우리가 작문을 할 때 이들만큼 지키기 어려운 덕목도 없다. 어찌 보면 일관성 있는 글을 쓰기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의 기본 생각 구조가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생각을 할 때, 고정된 하나의 줄기에서 벗어나 이리저리 ‘가지 치는’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깊은 생각과 다양한 사고를 즐겨 하는 작가와 예술인들은, 오랜 세월동안, 글의 일관성에 갖은 비난과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글에 있어 일관성을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the last refuge of the unimaginative)”라고 묘사했다.

역시 영국 작가 앨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는, “일관성은 자연에 거스르는 행위이며, 우리의 삶의 양식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말하며, “가장 완벽한 일관성을 보여주는 사람은 시체 뿐이다(The only completely consistent people are dead)”라고 말했다.

포스트 모더니즘 작곡가로 유명한 존 케이지(John Cage)의 말을 들어보자. “지극히 일관적인 생각과 사고로 가치 판단을 내린 결과, 난 일관적이지 않은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As far as consistency of thought goes, I prefer inconsistency).”

헝가리의 소설가 스티븐 비진크지(Stephen Vizinczey)는, “일관성이란 오직 기차가 지켜야 할 최대 덕목(Consistency is a virtue for trains)”이라고 결론 지었다.

자, 이들의 말을 한번 정리해 보자. 일관성이란,

1.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변명
2. 인간의 삶을 거스르는 행위
3. 기차와 죽은 사람만이 지킬 수 있는 가치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일관성에 대한 비난은 온라인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만일 이들이 잠깐이라도 온라인 글쓰기로 밥벌이를 했더라면 일관성에 대한 그런 강경한 입장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온라인 독자들은 대부분 ‘생각하는 것’을 꺼려 한다. 이들은 대개 생각 없이 그냥 주르륵 훑어 읽는 것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글의 어느 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일관성에 어긋난다면 이들은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해야 한다.

멈춰서 ‘생각’을 하면, 읽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흥미가 덜해지게 된다.

이는 온라인 글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따라서, 온라인 글이 일관성을 갖추는 것은 곧 글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기술 강좌에서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

특히, 일관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글의 종류는 강좌나, 도움말, 설명문 등이다.

만일 강좌나 설명문에서 단어가 일관성을 벗어나 다른 뜻을 가리키거나 다른 단어로 교체 된다면, 독자들은 혼동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스크린이라고 했다가, 조금 지난 후 윈도우라고 해버린다면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잠시나마 ‘생각’을 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독자들이 이 글이 무슨 뜻인가 ‘파악하도록’ 만들어선 안 된다. 온라인에서 글은 처음부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쓰여 있어야 한다.

누구나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일관된 글을 쓰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글의 일관성을 위해선 대체로, ‘업계 표준’ 단어를 계속 사용하기 마련인데 문제는 이 업계 표준이 원래의 사전적 의미와는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흔히 쓰는 자연어(natural language)라고 하는 말은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자연어’라는 이 단어를 처음 접하면 분명 다른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개중엔 분명, ‘자연어’ 보다는 ‘일상 언어’가 더 적합한 단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반드시 정확한 뜻을 부가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어의 일관성 때문에 되려 혼란을 일으킨다면 반드시 거기에 대한 부가 설명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일관적인 글을 쓰기 위해 지켜야 할 일들

같은 개념이나 같은 물체에는 항상 같은 단어를 쓰도록. 팜 VIIx 설명서를 보면 스크린을 클릭하는 작은 막대를 어느 때는 “스타일러스”라고 했다가 어떤 때는 “펜”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런 단어의 혼용은 온라인에서 삼가 해야 할 일이다.

단어 하나엔 반드시 하나의 뜻만 적용시킨다. 예를 들어, B2B 관련 사이트에서 “고객”이란 단어 하나로 ‘기업 고객’과 ‘일반 소비자’ 양쪽 다 표현해서는 안 된다.

글머리 기호나 번호로 문장을 나열할 때는 반드시 같은 주어에 같은 서술 형식을 사용해야 한다. 다음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예로 들어 보자.

“고객의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여러분의 정보를 업데이트 하기”

이와 같은 글은 일관성을 벗어난, 잘못된 글이다. 첫번째 문장은 주어가 회사이며, 두 번째 문장 주어는 고객이다. 이렇게 주어가 제 각각이면 뜻을 파악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업계 표준인 용어만 골라 쓰도록 한다. 예를 들어, 검색 엔진 버튼에 “찾기”보단 “검색”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더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일관성에 벗어나는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검토한다. 철자나 문법 오류만 찾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에 일관성이 벗어나는 부분이 없나 살펴보아야 한다.

일관성은 글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이트의 기술적인 아키텍처나 디자인, 네비게이션에서도 일관성은 지극히 중요하다.

기차와 시체들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일관성.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일관성으로 인해 글의 생명력과 인기가 더하는 수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케이시 헤닝(Kathy Henning)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웹 개발 회사, 버터브레(Vertebrae)에서 Senior Copywriter로 일하고 있습니다. 헤닝은 십여 개 이상의 사이트를 위한 글과 카피를 제공한 경험이 있으며, 또한 세계 최대 디지털 이미지와 필름 제공 업체인 게티 이미지즈(Getty Images)에서 선임 카피라이터로 재직한 적도 있습니다. 그녀는 여러 대학에서 글쓰기와 디자인에 대해 강의을 해온 경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