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내가 지극히 궁금해 했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작가들이 왜 인터넷에서 글쓰는 것을 싫어하는가 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던 듯 싶다. 작가들은 인터넷에 쓰여진 글들이 쉽게 지워지고, 또 쉽게 잊혀지는, 어린애들 장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칠판 위에 쓴 글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인터넷에 쓴 글은 질적으로 좋든 나쁘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이란 곳엔 따로 정해진 기준도, 감정해주고 평가해 주는 귄위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정확한 시기가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마도 1997년 초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가볍게만 여기던 인터넷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어느새 나는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됐다.

이 일을 직접 하게 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바로 인터넷에 쓰는 글이 칠판에 쓰는 글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웹 페이지는, 칠판 위에 쓰여진 글들과는 달리, 사이트 내에 영구적으로 보관되거나 프린트도 되고, 혹은 컴퓨터에 저장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로는, 웹에 쓴 글이 반드시 어린 아이 장난처럼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쇄되어 나온 글들이 언제나 고도로 숙련된, 복잡한 글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좋은 글은 어떤 매체에 쓰여 있든지 좋은 글이다.

웹에 쓴 글이 인쇄물에 쓴 글보다 형식에 덜 얽매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문법에서 만큼은 온라인에서 쓰는 글에도 인쇄 매체에서 만큼의 기준이 적용된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유명 인터넷 잡지사인 와이어드(Wired) 사이트에서 ‘이메일(email)’에 다시 하이픈을 사용하기로 했을 때 엄청나게 쏟아진 항의 메일들은 이런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노랫말을 만드는 사람과 같다. 마치 좋은 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랫말과 멜로디가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는 것처럼, 인터넷에서의 텍스트는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고 서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많은 단어, 틀린 단어, 심지어 너무 많은 음절로 된 단어를 사용해도 많은 수의 독자를 놓치게 된다. 웹사이트를 옮겨가는 것은 라디오 채널을 돌리는 것만큼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글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192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작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은 "작가란 다른 사람들보다 글쓰기를 더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글쓰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글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영국의 유명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유명한 일화 중에는, 오전 내내 쉼표를 찍기 위해 고민하다가 오후엔 다시 그 쉼표를 빼내는데 반나절을 소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단어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괴로워하고 심지어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나는 웹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다른 작가들보다 더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이들의 작업은 날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인터넷이 성숙해 갈수록, 웹 사이트들의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사람들의 기대치는 크게 높아만 갔다. 따라서 이제부터 웹 사이트들이 그만큼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만한 품질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도태되고 만다. 1년 전 사용자들을 사이트에 끌어들이고 유지할 수 있었던 사이트의 질적 수준으로는 현재 어림도 없을지 모른다.
  
  
• 온라인 사용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성격이 급해졌고, 대개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움직여 간다. 인터넷에는 읽을 거리가 무궁무진한데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인터넷 이외에 다른 할일도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은 매우 짧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을 오래 끈다든가 지루하게 만들면 사람들은 다시 그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게 될 것이다.
  
  
• 웹에서 글을 쓰는 일은 디자이너 및 여러 팀 구성원들과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작업이다. 웹 사이트에서 일하고 싶은 작가들은 협력하는 분위기에 익숙해지거나, 아니면 계속 인쇄 출판업계에 남아 있어야 한다.
  
  
•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사용자들이 어느 통로로 방문하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오히려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하지 않고 다른 링크를 통해 사이트의 특정 페이지로 직접 들어오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는 모든 페이지가 독자적으로 꾸며져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끔은 같은 글을 쓰면서도 반복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반면 인쇄물에서는 한 번 쓴 얘기는 그것으로 끝이다.
  
  
• 웹 사이트에 실제 방문객들이 세계 어느 나라의 누가 될 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사이트 방문객들은 호주의 어린이나, 아시아의 사업가들, 은퇴한 사람들이나, 대학 졸업생들, 고등학교 중퇴자들일 수도 있다. 따라서, 웹에 쓰는 글은 그들 모두에게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열거 하고 보니 정말 신경써야 것들이 지독히도 많다. 어떻게 이런 것들을 모두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모든 사항들을 지켜가며 온라인에서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재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재능을 갖춘 출판 작가들이 반드시 세계적인 인터넷 작가가 될 수는 없다.

웹에서 글을 쓰는 것은 재능 이외에도 웹 사이트 구조와 네비게이션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와 통찰력 하에서만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넷에 대한 애정이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에 대한 애정과 열정 없이는, 다른 이들과 자주 다투거나 사이가 틀어져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 뜻을 짐작할 수 있겠지.


제공 : 코리아인터넷닷컴

저자 : Kathy Hennig

케이시 헤닝(Kathy Henning)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웹 개발 회사, 버티브리(Vertebrae)에서 Senior Copywriter로 일하고 있습니다. 헤닝은 십여 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편집을 한 경험이 있으며 그 중 다섯 개 사이트를 다시 디자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헤닝은 웹 디자인과 작문에 대한 여러 주제들에 대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