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취향의 손님을 잡을까, 실용파 고객을 겨냥할까. 예비 창업자는 업종 선택에 앞서 가격 전략을 놓고 고민하게 마련이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가격에 대한 고객 반응이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에 가격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가 전략을 펼쳐야 하는 업종과 가격파괴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업종은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격 전략을 실제 사례를 통해 들여다봤다.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지하상가. 유창균(54)씨는 1년8개월 전 럭셔리 떡볶이 레스토랑 '누리미'를 창업했다. 이곳 떡볶이 가격은 작은 사이즈가 1만2000원(2인 기준), 큰 사이즈가 1만5000원(3~4인 기준)이다. 1인분에 2000~3500원인 일반 떡볶이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정도 비싸다.
처음에는 떡볶이 가격을 보고 놀라는 손님도 있었다. 유 사장은 고객 머리에 똬리를 틀고 있는 '길거리 떡볶이'의 개념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컬러 떡볶이. 보통 떡볶이(레드) 이외에 ▶블랙(자장 떡볶이) ▶브라운(불고기 떡볶이) ▶화이트(크림소스 떡볶이) ▶옐로(카레 떡볶이) ▶블루(해물 떡볶이) 등을 개발했다. 가격이 비싼 만큼 브로콜리.버섯.쇠고기 등의 재료나 그릇을 사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유씨는 원래 같은 자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다 업종을 바꿨다. 삼성동에는 떡볶이집이 별로 없다는 점과 고급 취향 손님이 많은 코엑스몰 상권의 특성을 감안해 럭셔리 떡볶이 레스토랑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는 "요즘엔 외국인 고객이 늘면서 레드 이외에 다른 컬러 떡볶이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얼마 전 전남 해남에 1호 가맹점도 냈다.
유씨는 고가 전략에서 가장 유의할 점으로 입지조건을 꼽았다. 구매력 있는 고객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뚜렷한 차별점과 희소성을 강조했다.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흔한 제품에 고객이 금액을 더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제 만두점 '싼바오만두'도 고가 전략의 표본 사례다. 1인분에 1000원짜리 만두도 있지만 이 업체 만두 가격은 5000원이다.

감성놀이학교 '위즈아일랜드(www.wizisland.co.kr)'는 아동 교육에 고가 전략을 적용했다. 24개월부터 7세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료가 한 달에 60만~9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 유기농 전문점이나 건강 기능 식품점도 고가 전략을 구사할 만한 업종으로 꼽힌다.

'모든 게 단돈 1000원'. 서울 대흥동 이화여대 앞 액세서리 전문점 '젬스토리'에는 이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지나가던 여대생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선다. 싼 맛에 이것저것 담다 보면 어느새 5000~6000원을 금세 넘기게 된다. 저가 전략은 이처럼 고객의 충동구매를 노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점포주 신혜정(48)씨는 "가격이 싸면 품질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신씨는 점포 인테리어를 최대한 고급스럽게 꾸몄다. 아직 개점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요즘엔 점포 홍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저가 전략은 이윤이 낮기 때문에 박리다매를 해야 한다. 따라서 유동인구와 주 고객층이 많은 곳에 개점하는 게 좋다. 지하철역에서 중심 상권으로 이어지는 길가나 지하상가가 보통 좋은 입지로 꼽힌다.

판매업뿐 아니라 외식업계에서도 저가 전략을 구사해 차별화한 사례는 많다. '오마이치킨(www.ohmychicken.net)'은 치킨 한 마리를 일반 치킨전문점의 절반 가격인 5000원에 판매해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6000원으로 판매가격을 올렸다. 오마이치킨을 운영하는 봉래푸드원 이병억 대표는 "가격이 싸면서 질이 좋아야 가격파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격 경쟁력 비결에 대해 "400개 가맹점을 바탕으로 대량 유통 체제를 구축하고 구전 마케팅을 펼쳐 광고비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스카이돈(www.skydon.co.kr)'은 숯불 돼지갈비 3인분 가격이 9900원인 초저가 고깃집이다. 고객이 선불을 내고 고기를 직접 가져가도록 해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가격을 낮춘 것이다. 저가 전략을 선택한 창업자는 '외화내빈'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점포에 사람은 북적대고 몸은 쉴 틈 없이 바쁜데도 정작 벌이는 시원찮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저가 전략은 원가와 고정비를 절감해 적정 마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