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 스토리를 담아라 

지난 몇 년 동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접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명품’일 것이다. 백화점부터 시작해 인터넷 쇼핑몰 그리고 각종 광고나 언론매체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했던 단어 역시 ‘명품’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 할 때 마케팅 전략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명품전략이다.

명품이란 사물 자체가 자기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가치이자 실질적인 사용가치를 웃도는 아우라(AURA)를 지닌 물건을 말한다. 그래서 진정한 명품은 오래 숙성된 브랜드의 이념 속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향기와 가치를 일관되게 갖는 것이다. 단순히 값비싼 제품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아버지가 아들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대물림할 수 있는 ‘품질’을 담보하는 것이다.

명품 인정 받으면 브랜드 가치 급상승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명품 브랜드의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국내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국내시장에서 명품의 매출량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까닭은 명품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는 명품을 단지 가격이 비싸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오해하거나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겉보기에 예쁘고 구하기 어려운 매개체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품’을 찾아 다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할 때 ‘명품’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왔다. 명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지 못하면 매출은 물론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까지 떨어지는 불이익을 당한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 환경이 점차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국내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명품 대열에 합류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명품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는 동시에 매출 상승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는 크게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수준 높은 품질이고, 둘째는 철저한 장인정신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흐름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들 수 있다.

이와 별도로 해외 명품 브랜드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격 정책, 홍보 전략, 매장 디스플레이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수직 통합적인 체제를 기반으로 확실한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는 점에서 국내 명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향력 있는 명사를 섭외하라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명품전략을 펴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자사 브랜드와 고객의 니즈가 부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철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결국 해외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 받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단순히 어느 한 국가나 지역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문화 코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기초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 시장조사 작업을 통해 얻어야 할 점은 한국이라는 국가 코드와 문화 중에서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찾아내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추후에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큰 구심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소비자들을 통한 조사과정 및 환경분석도 필요하다. 이 작업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의 니즈를 보다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자사가 보유한 가치 중에서 가장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해외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기초 자료로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철저한 시장조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본격적인 제품 개발 및 이미지 리메이킹 과정이 필요하다. 해외 소비자들은 국내 소비자들과 기호도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가장 어울릴 만한 컨셉트를 찾아내는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기본이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바로 소비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컨셉트를 제품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국내기업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 명품화 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마케팅 전략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꼽으라면 적극적인 언론 홍보, 명사 활용, 현지화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언론 홍보는 해외시장 내에서 타깃으로 정한 소비자에게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영향력이 있는 명사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향력이 있는 단체나 연예인, 경제인, 정치인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명사의 활용은 제품의 가치를 한순간에 끌어올리는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한다. 유명단체나 명사를 통해 브랜드가 노출되면 가치 상승은 물론 입소문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 3대 모터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 ‘르망24’에 공식 타이어를 제공하게 된 금호타이어, 지난해 APEC 정상회담 공식 술로 인정 받은 보해 복분자 술, 내셔널 지오그래픽 TV 쇼 호스트인 리사 링을 홍보대사로 임명한 태평양의 아모레퍼시픽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 역시 활용할 만하다. 해외 소비자의 경우 ‘어느 나라에서 제품이 생산됐는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 태평양은 해외 향수시장 진출 과정에서 라벨에 ‘Made in Korea’를 새겨 넣었다가 쓰디 쓴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화장품의 특성상 원산지 효과가 크게 좌우한다는 특이성이 작용했던 것이다. 이후 태평양은 마케팅 전략을 현지화 전략으로 수정해 현지화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아웃소싱 체제를 갖춰나갔다. ‘Made in Korea’ 대신에 ‘Made in France’라는 라벨이 새겨진 태평양의 롤리타 렘피카는 현재 프랑스 향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약진을 보여줬다.

 고객 자극하는 스토리 창조

한편, 경쟁 명품들과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하다.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는 고객에게 또 다른 감흥을 준다. 현대 소비자들은 자신의 꿈과 감성을 만족시켜 주는 스토리가 담긴 브랜드를 원한다. 과거에는 상품의 존재 자체가 소비자의 관심 대상이어서 기업은 품질과 가격 차별화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간을 다투며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무한경쟁 체제에서는 품질과 가격만으로는 소비자를 유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서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북돋는 것이 바로 감성이 담긴 이야기다. 따라서 스토리가 담긴 브랜드는 구매 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이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는 “명품은 제품력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물건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 즉 신화, 스토리, 환상, 드림(Dream) 등 소비자의 가치를 자극할 만한 스토리를 창조하는 능력을 지녀야 합니다. 결국 문화가 실린 컬트 브랜드(Cult Brand) 파워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굉장히 아끼던 물건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명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 속에는 흘러간 시간들, 사랑, 존경, 추억, 애틋함 등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남이 흉내낼 수 없는 기술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오래된 전통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희소성의 논리가 정당하게 대접 받으며, 무엇보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제품을 만드는 장인의 마음을 이해할 때에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용자만의 예술품이 바로 명품인 것이다.

이제 우리 한국 명품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들에게서 그들만의 추억이 담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예술품이자 명품으로 인정 받기를 기대해본다.

기사출처: 후이즈 비즈니스센터(2006.05.04) / http://business.who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