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야채가게에 마케팅을 도입해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창업기업이 있다. 바로 ‘총각네야채가게’다. 책으로 출간돼 더 유명해진 총각네야채가게는 지금도 설립 당시의 초심을 이어가고 있다.

야채가게를 찾는 주부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은 여전히 관련 업계에서는 따라올 곳이 없을 만큼 획기적이다. 이를 위해 친절하고 싹싹한 총각들을 교육시켜 야채가게를 그 이상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총각네야채가게 대치점을 보면 서비스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대파 한단을 사러 온 주부중에는 자가용을 몰고 와 발렛파킹을 받는 사람도 있다. 이곳에서 파는 과일, 야채의 가격은 재래시장에 비하면 약간 비싸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꾸준한 매출의 원동력이다.

총각네야채가게의 품질관리에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 새벽 농산물시장이 문 열기를 기다려 새벽부터 과일, 야채 등의 품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뿐이다.

이를 지난 10년간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이어왔다. 이곳의 구매팀은 남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인 밤 12시 30분에 출근해 총각네야채가게 40여 가맹점의 하루를 준비한다. 또 농산물산지에 직접 파견되는 유통 경력 수십년의 베테랑들은 계절특수 제품을 가장 빨리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존 야채가게의 유통방식이 중간 유통업자에게 일임하는 것인 데 반해 총각네야채가게는 본사에서 과일, 야채의 품질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채용대행, 가맹점의 서비스 책임진다

총각네야채가게에서는 가맹점주와 직원들이 곧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본다. 같은 과일, 야채라도 누가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

이를 위해 본사에서는 가맹점에 필요한 직원들을 직접 선발ㆍ교육해 공급하고 있다. 채용대행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총각네야채가게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의 지원자가 탈락한다. 20%만이 채용과정을 통과해 가맹점에서 일할 수 있다. 3일간 집중적인 서비스 교육을 받고 나면 3개월의 수습과정을 거친다. 그러고도 매달 전 가맹점의 직원들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 교육을 받는다.

철저한 가맹점 직원관리의 결과 브랜드를 이해하는 사람들만이 남았고, 이는 총각네야채가게 가맹점의 60% 이상이 가맹점 직원출신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이곳에서는 브랜드 혁신정책을 진행중이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수퍼바이저라고 불리는 가맹점 관리직원을 파견한다. 이들은 가맹점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창업자가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적한다. 하지만 총각네야채가게에서는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퍼바이저들이 직접 가맹점에 상주하며 매장관리를 함께 개선해준다. 본사와 가맹점이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고 동반성장하기 위한 것이다.

총각네야채가게에서는 최근 야채가게도 파리바게뜨와 같은 브랜드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 야채가게들이 대량유통 방식에 머물면서 박리다매에 머물고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총각네야채가게 임천일 대리는 “대형할인마트 업체들의 슈퍼슈퍼마켓이 지역상권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브랜드 소비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단순히 값싸고 신선한 과일, 야채를 파는 곳이 아닌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하는 야채가게만이 살아남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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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기자 / linua@sbiz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