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한명의 창업전문가의 좌담입니다.
이들의 대화를 들으시고 창업하시는데 참고 바랍니다.

사회: 모두들 소자본 창업으로 시작하셨는데 요즘 계속되는 불경기로 고생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안기: 불황이 실감납니다 우리 가게만 해도 지난해 신용카드 매출이 2002년에 비해 40%나 줄었어요

오제식: 불황이어서 그런지 반 년 동안 반경 5백m 내에 슈퍼 4군데, 편의점 6군데가 생겼어요 매출도 10∼20% 정도 떨어진 것 같아요 더 친절하게 해야지 하는데… 장사 안 되면 친절도 잘 안 돼요

신석화: 외환위기 때 충주는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요즘은 죽는 소리를 해요 다행히 우리는 저가형 메뉴가 대부분이어서 큰 하락은 없지만 그래도 피부로 느껴지기는 합니다

사회: 이제 창업의 ‘진한 맛’을 다 보셨을 텐데, 창업을 생각하는 샐러리맨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오: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면야 월급쟁이도 괜찮죠 그러나 창업을 생각했다면 정말 결심을 해야 합니다 회사 다닐 때보다 돈은 더 벌지만 하루 24시간, 1년 3백65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하거든요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하다는 게 장점이긴 하지만 장사가 안 되면 그 고통은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창업을) 하려면 빨리 하는 게 낫죠

이: 그렇죠 자기 성격은 자기가 잘 알거든요 장사도 끼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배울 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매미처럼 붙어서 필요한 것을 배우고야 마는 적극성도 있어야 합니다 조직에서야 내가 못해도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지만 장사는 맨땅에서 혼자 하는 겁니다 특히 창업하는 분야에 아는 사람 없이 혼자 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해요 현재 하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큰 자금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생소한 것을 하려면 수업료도 각오해야 합니다

신: 저는 직장생활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봐요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것도 자부심 있는 삶 아닌가요 5년에서 10년은 직장생활을 해봐야 합니다 자금부에 있으면 돈 돌아가는 거 알게 되고, 기획팀에 있으면 사업기획하는 거라도 알잖아요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도 알게 되고 팀워크가 왜 중요한지도 깨달을 수 있죠 장사하면서 경험한 건데, 어렸을 때부터 장사만 한 사람들과는 대화가 안 통해요

서정헌: 적당히 해서는 안 됩니다 잘되는 점포를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본인 점포만이 가지는 특색을 반드시 가져야 해요 매출에 변화가 있으면 이해가 갈 때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날도 있겠지 하고 하루하루 넘기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습니다

사회: 그만큼 차원이 다른 생활이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직장생활과 창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신: 차이점이 많죠 회사에서는 ‘2004년 사업계획 작성하라’고 하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면피성 보고서 만들잖아요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상사 눈치를 보거나 꾸지람 안 들을려고 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자기 사업은 잘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온가족이 망하는 겁니다 30·40대 창업의 문제이기도 하죠

오: 저도 회사 생활 십몇년 했지만 내 사업할 때처럼 긴장해 본 적이 없어요 힘들기도 하고요 내가 청소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고, 내가 친절하지 않으면 종업원들도 똑같이 따라서 합니다 나는 절박한데 종업원은 절박하지 않죠

정복기: 주인의식의 차이 아닐까요 가게 하는 동안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는데 문을 닫으면 찾아온 고객이 되돌아가 다음에는 안 올 것 같더라고요 수입을 떠나서 말이죠(정사장이 이 말을 하자 모두들 “맞아요”를 연발했다) 그래서 안 닫으면 안 되냐는 얘길 했다가 집사람으로부터 “서운하다”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내가 회사 다닐 때 이런 의식이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할 때 많아요

신: 저희는 명절이 괴로워요 직원들이 아줌마들인데 명절이면 집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오기가 어렵거든요 이때는 매출의 30%를 성과급으로 줍니다 그러고 나면 번 돈이 없지만 적어도 고객을 놓치지는 않죠

정: 그게 진짜 사람 늙게 만드는 것 같아요 문 닫으면 안 오던 사람까지 다 올 것 같고… 초보 때는 정말 불안했어요

서: 특히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의 마인드 전환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얼마나 빨리 옛날의 나를 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냐가 중요하죠

사회: 창업 뒤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신: 창업하면서 집사람은 주방을 맡고 나는 홀 관리를 맡았는데, 처음에는 힘이 들어 집에 가자마자 쓰러져 자는 게 일이었어요 한 6개월 그랬죠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애와 유치원 들어가는 둘째를 외가에 맡겨놓았는데 하루는 유치원 선생님이 전화로 “(둘째)애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다른 아이들은 한글 다 깨치고 들어오는데 한 글자도 모른다는 거예요 장사하느라고 가르칠 겨를이 있었어야죠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때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죠

오: 창업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인데 아르바이트생이 말도 없이 안 나왔어요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3일 밤을 샜죠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카운터를 보는데 3일째에는 죽겠더라고요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새벽 4시쯤 집사람이 교대를 해 주러 왔다면서 불쑥 들어오는 거예요 꼬끝이 찡해지더군요 역시 마누라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부부가 서로 돕고 이해하지 않으면 백전백패일 것 같아요

권영국: 저는 집이 부천인데 오픈하고 나서 4개월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죠 밤 근무를 4명이 서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4명 중 3명이 안 나온 거예요 이거 못하겠나 싶어 3일밤을 새는데 마지막 날에는 손님도 싫고 문을 잠궈버리고 싶더라고요 그때 인력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사회: #소자본 창업에도 인력관리가 중요하군요

정: 저 같은 경우는 카운터를 맡겨놓은 직원이 돈을 빼돌리는 것을 1년쯤 지나 알게 됐어요 그렇다고 대체할 손도 없어 끙끙 앓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한 아르바이트생과 짜고 빼돌리고 있더군요 점심 때마다 5백명 이상 손님이 몰리는데 바쁜 틈을 타 그런 겁니다 안 되겠다 싶어 직장에 다니는 집사람을 끌어들였죠

오: 맞아요 편의점도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쓰는데 그 친구들 관리가 일의 절반입니다

이: 제 경우도 그런 경험이 많은데 저는 ‘쓰리쿠션’을 치죠 직원들한테 “어제 어디서 가게 물건 훔친 녀석들이 경찰에 잡혀갔다더라” 같은 말을 하는 겁니다 사실 혼내는 것보다는 잘 구슬러서 쓰는 게 나아요 물건 잘 팔고 못 팔고는 직원들에게 달렸잖아요

권: 특히 나간 사람들 관리 잘 해야 돼요 갑자기 누군가 빠져버릴 때는 옛날 잘 했던 애들에게 전화해 “며칠만 해주라” 하면 해주거든요

이: 정말 그래요 그래서 저는 1년에 한번씩 나간 직원들 모아놓고 회식도 하고 그러죠 연말에도 옛날 직원 중 한 사람이 와서 도와주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고요

사회: 초보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게 있습니까?

이: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이들은 대개 상권 외곽에서 많이 시작하는데 그럴수록 성공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권리금 주더라도 상권 중심으로 가죠 대신 인테리어나 설비 같은 걸 싸게 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초보들은 의욕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는데 의욕이 아무리 많아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겁니다 대부분 ‘나는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하는데 대개 실패하는 지름길이죠

오: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해당 분야를 돈 줘가면서라도 경험해 봐야 합니다 적성도 중요해요

신: 먹는 장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어요 한번은 옷가게 하던 분이 와서 해보겠다고 조르길래 일을 시켰더니 하루 만에 도망을 가더군요 대부분 가진 돈에 맞춰 가게를 내려고 하는데 이것도 위험합니다 장사의 기본은 목이거든요 사업 아이템에 맞춰 계획을 짜야 합니다

권: 처남이 평택에서 PC방을 하겠다고 해서 4∼5개월 제가 직접 일을 시켰죠 속으로 많이 울었을 겁니다 그렇게 고생스러울 줄 몰랐겠죠 그렇지만 그렇게 하고 시작하니 얼마나 쉽습니까 지금은 평택에서 제일 잘 돼요 주위에 검증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게 제일 좋죠

신: 맞아요 남이 잘 되면 나도 잘 될 것 같아서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위험해요

서: 고용구조의 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입니다 직장에 있을 때부터 창업 준비를 해야 해요 이때 배우자와 긴밀한 상의가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조언자이자 동업자이거든요 사업 전에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사회: 사업을 해보니 옛 직장 사장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 사실 그래요 그렇게 주인의식 가지라고 얘기하도 귓등으로 흘렸는데 내가 해보니 안 보였던 게 많이 보이더군요 왜 옛말에 ‘병든 주인이 머슴 몇 몫을 한다’고 하잖아요 딱 그거죠

이: 저도 해보고 알았지만 구조조정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사장이에요 자기 몸 같은 사업을 줄이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사회: 다들 2년 이상의 경험자가 되셨는데 돌아보니 어떻습니까?

신: 직장에 다니다 보면 폭넓게 사람도 만나고 하는데 가게에서 시작하고 가게에서 끝내는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9시 뉴스도 못 볼 때가 많아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좁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죠

정: 저도 그래요 인간관계가 많이 협소해졌어요 직장에 있을 때는 술도 한잔 하고 그랬는데 장사를 하다 보니 사생활도 없고 말이죠 이왕 창업할 거라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석자>(가나다 순)

권영국 아이라이프존 PC방 오산점 사장 신석화 용우동 충주 성서점 사장 오제식 훼미리마트 마포제일점 사장 이안기 미니골드 삼성점 사장 정복기 커피전문점 이디야 서소문점 사장 서정헌 소상공인지원센터 남부센터장

사회: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권영국(37)-“도와줄 만한 아는 사람을 찾는 게 제일 좋죠

‘아이라이프존’ PC방 오산점 사장 기업체 근무, 개그맨 로드 매니저 등 다양한 경험을 했던 권사장은 2002년 6월 PC방을 창업했다 ”

신석화(45)-“가진 돈이 아니라 아이템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용우동 충주 성서점 사장 15년간 다니던 대한통운을 퇴직한 뒤 2001년 12월 우동전문점 창업 용우동 내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오제식(44)-부부가 서로 돕고 이해하지 않으면 백전백패”

훼미리마트 마포제일점 사장 2001년 11월 편의점 창업 전까지 CJ㈜에서 16년을 근속한 샐러리맨 출신 회장 비서실에서만 8년을 지냈다

이안기(43)-“장사도 끼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미니골드 삼성점 사장 팬시회사 아트박스 매장관리 대행사 영업부장 출신 2000년 9월 창업, 3년 만에 점포를 7개로 늘렸다

정복기(43)-“이왕 할 거라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아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이디야 서소문점 사장 경기도 이천의 미란다 호텔에서만 10년을 보낸 호텔맨 출신 2001년 7월 창업했다

서정헌(37)-“직장에 있을 때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 남부지원센터장 창업 상담 전문가로 「뛰는 프랜차이즈 나는 프랜차이즈」등 6권의 저서가 있다


[출처:한중일소호무역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