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지진(背水之陣)이란 말의 어원은 항우와 유방이 천하통일을 놓고 다투던 진나라 말기, 유방 진영의 명장이었던 한신 장군의 병법에서 유래되었다. 오합지졸을 데리고 항우의 대군가 맞붙은 한신은 배후가 큰 강이어서 물러설 데가 없는 곳에 진을 쳤다. 어차피 물러설 곳도 없는 한신의 약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대승을 거둔다. 약졸이 강병으로 돌변한 순간이다.

소설 ‘초한지’에 소개된 이 병법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한다면, 뜻하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한신의 병법은 실제 인생살이에 서도 입증된다. 사업의 세계에서 더더욱 그렇다.

흔히들 ‘맨 땅에 해딩한다’는 말을 한다. 여러 가지 조건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이겨 나간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른바 ‘맨몸 사업’이라고 해 소자본 무점포로 가기 사업에 나선 사람들 중에서는, 자기가 시작한 일을 ‘배수진’이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많다.

배수진을 친다는 것은 근거 없는 똥배짱과는 다르다. 자기 확신이 없는 배수진은 치기 어렵다. 자기 확신은 자기 최면을 유발하고 성공을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부상 계획대로 모든 게 움직여 주지 않는다. 때로는 무모하게 보이는 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성공의 모습으로 바뀌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온라인 인쇄편의점이란 사업이 있다. 장사하는 업소를 돌면서 명함, 스티커, 전단지, 판촉물 등의 주문을 받아 본사에 제작을 의뢰하는 사업이다. 영업이 사업의 전부인 셈이다. 박용찬 사장(37)은 광명에서 이 사업을 한다. 사업을 하게 된 동기는 여느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하려니 모아 놓은 돈이 태부족이었다. 독이 적게 드는 사업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번개통신’ 광명점이다. 가맹비 500만원에 주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컴퓨트와 팩스, 전화기가 사무집기의 전부였다. 자택을 사무실로 삼았다. 박씨는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전단지와 명함을 들고 광명시를 헤집고 다녔다. 버스, 지하철 등에서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전단지를 돌렸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도 처음 3개월간은 도무지 고객의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주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1년 후에는 안정권에 진입했다. 한달 평균 300개 업소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순이익은 400만원을 웃돈다. 중소기업을 다닐 때보다 수입이 더 나은 편이다.

침대나 카펫을 청소하는 사업을 하는 설기철 씨(34)도 박용찬 씨와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맨 땅에 헤딩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이 없으면 하루도 지탱하기 힘든 일이다. 설씨는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마음의 상처다.

설씨는 원래 치킨집을 했다. 종업원만 10명을 둘 정도로 가게가 번창해 돈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래서 가게도 확장하고 인테리어도 새롭게 바뀌었다. 거의 1억 원을 여기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게 실책이었다. 가게 주인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앞두고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왕창 올려버렸다. 돈 벌어 건물주인에게 다 갖다 바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셈이 아닌가. 가게를 남에게 넘겼지만 인테리어비 등 투자비는 건지지 못했다. 이글거리는 분노로 속병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재기의 칼을 갈아 시작한 것이 바로 침대, 카펫 청소업이다. 설씨는 잠자는 시간만을 빼고 영업하러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한 달에 평균 1만 장의 명함을 뿌리고 다닌다. 사람을 쓰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한다. 저녁에는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도 한다. 배달하면서 침대청소 영업까지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제는 한 달 순이익이 400만원을 넘어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섰다.

지금은 대기업 대열에 끼일 만한 교촌치킨을 일군 권원강 사장도 한때는 무일푼이었다. 교촌치킨은 경북 구미에서 탄생한 지방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지난해 무려 500개가 넘는 가맹점을 열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권 사장도 어려 가지 사업과 직업을 전전했다. 노점상, 택시운전, 차량배달업 등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시작한 게 바로 교촌치친.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의 끈기를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경북 구미에서 교촌치킨을 처음 열었을 때의 일이다. 배달 주문이 하루에 고작 두세 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돈을 털어 당시로서는 비싼 프라이드를 430만원에 구입했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다 보면 고기를 빨리 식는다는 게 이유였다.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는 차의 창문까지 꼭 닫고 배달하노라면 구슬땀이 온 몸을 적셨다. 그러나 바람에 치킨이 식는 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잡념이 지난 1991년 치킨점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 주었다.

장사는 불학실성에 도전하는 모험이다.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자기 자신 외에 아무것도 없다. 이럴수록 자기 최면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배수진의 무모한 병법도 때로는 성공을 가져다주는 자기앞수표가 될 수 있다. 성공은 결코 심약한 사람 편에 서지 않는다.

[출처:한중일소호무역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