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가운데가 물바다가 된 지난 7월 28일. 인터넷에서는 한 사진이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길거리에 자동차가 둥둥 떠다니는 와중에도 빌딩 차수막 뒤에서 느긋하게 물난리를 바라보는 빌딩 주인이 담긴 사진이었다.

누리꾼들의 관심은 홍수를 막아준 `차수막`에 집중됐다. 당시 홍수로 강남 주요 빌딩 주차장에서는 고급 외제차들이 침수되는 피해가 잇달았다.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막아준 차수막이 눈길을 끈 것은 당연한 것.

이 차수막을 만든 회사는 바로 DMC코리아다.

DMC코리아는 대형 엘리베이터 등 운반에 특화된 기계장치를 주문제작하는 업체로 기술력은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차수막도 전동장치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낸 제품 중 하나다.

천재지변으로 한순간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DMC코리아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 조성일 대표는 종잣돈 500만원으로 작은 사무실에서 혼자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을 일궈냈다. 기아, 현대, 삼성, 엘지 등 국내 대기업들을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러시아 등으로 수출까지 해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차수막`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길래…

화제가 된 방수 빌딩은 15년 전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들어와 피해를 입었다. 당시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수동으로 물을 막을 수 있는 판을 세웠다. 하지만 비가 오면 순식간에 역류되는 지형이라 조치를 취하는 동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빌딩 측은 수소문 끝에 DMC코리아로 물을 막을 수 있는 자동장치를 설치해달라는 문의를 해왔다. 조 대표는 설계 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자동물막이도어, 즉 차수막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이후 바로 옆 빌딩을 비롯한 강남구 일대 빌딩의 차수막 대부분을 DMC코리아가 설치했고 2004년에는 을지로에 있는 한 대기업 빌딩의 차수막도 설치했다.

차수막은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지며 유압식 공법을 이용한다. 설치된 차수막은 무선리모컨으로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바닥에서 막이 올라오게 돼 있다. 특히 차수막 자체에 배터리를 내장해두기 때문에 정전 시에도 자동으로 작동 가능하다. 혹 배터리와 전기가 모두 소진 됐을 시에는 수동으로도 작동이 되도록 설계돼있다.

차수막의 높이나 두께는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 되는데 보통 두께 100~200mm 정도며 사람의 허리선까지의 물을 막을 수 있도록 제작된다.

차수막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원가 3000만원 정도다. 주문제작으로 만들어 지다보니 상황에 따라 비용의 차이는 약간 있다.

조 대표는 올해 폭우로 차수문 견적 문의가 급증해 여러 곳과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 멀쩡히 다니던 회사 관두고…`천생 사업가`

조성일 대표는 86년 군대 전역 후 아버지에게 100만원과 12인승 봉고차량을 빌려 친구 한 명과 함께 여수로 내려갔다. 그는 여수에서 국물 내는 용도로 쓰이는 멸치를 150박스 가량 을 싣고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온 조 대표와 친구는 각각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인근 분식집을 돌아다니며 멸치를 팔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5일 만에 맡은 물량을 모두 팔았지만 친구는 단 한 박스도 팔지 못했다.

그는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잘 파는데 친구는 왜 하나도 못 팔았을까. 지나고 보니 사업을 하던 뭘 하던 간에 그 사람에게 맞는 게 따로 있더라"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후 분식집에서 오히려 요청이 들어왔고 3배 가량 이익을 봐 계속 이 일을 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기계제조업체에 기술영업직으로 들어갔고 2년 6개월 동안의 짧은 회사 생활을 했다.

당시 회사 생활에서도 그의 사업가 기질은 발휘됐다.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영업 실적이 뛰어나 윗사람들에게 시샘을 받았을 정도다. 특히 입사 1년 만에 사장이 몰래 조 대표에게만 차를 한 대 사줬다. 비밀로 부쳐진 이 사건은 회사차 하나로 과장, 차장급들 4~5명이 번갈아 타고 다니던 상황이라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능력을 인정받으며 다니던 회사를 관두기 한 달 전. 그는 "염소를 키워서 팔까", "그냥 예전처럼 멸치 떼다 팔아도 괜찮겠는데?"라는 고민을 했단다.

결국 경험이 있는 기계제조업을 택했고 500만원을 빌려 사무실을 얻었다. 초기 1년 정도는 점심을 라면만 끓여먹으며 지냈다. 하지만 그는 4억원 정도 되는 첫 주문을 받았고 1년 만에 빌린 500만원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 "원칙? 그런 거 없어요"

조성일 대표는 사업이 번창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냥 꾸준하게 해온 것"이라는 뻔 한 대답을 했다. 사업 원칙이나 앞으로의 욕심도 없단다.

그는 "원칙, 철학? 그런 거는 없다. 기계를 다루는 직종이다 보니 튼튼하고 고장 없도록 만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그런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굴뚝산업이다 보니 저가로 수주하는 업체도 있지만 조 대표는 이에 대해 "내 발목 잡는 일"이라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고객에게 꼭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사업을 하는 동안 다행히 큰 위기는 없었지만 어려운 일들이 왜 없었겠냐며 "힘들고 어려워도 풀어가는 게 인생"이라고 전했다.

그는 영업, 마케팅, 설계 등 전반적인 일을 사업 시작부터 현재까지 맡아오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을 대하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노하우가 생겼다. 그는 "상대방이 가려워하는 곳을 찾아내 긁어줘야 한다"며 "필요로 하는 것을 골라내 상대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MC코리아는 현재 파주, 고양, 송도 등 신도시 아파트에 설치된 쓰레기처리시설용 리프트를 제조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사업 수주로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성장한 120억원으로 전망된다.

- 글 : 최.순.정. 인.턴.기.자.
- 출처 : 매.일.경.제. 2011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