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필자는 온라인 쇼핑 매니아이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렇다. 오랫동안 혼자 살았기 때문에 인터넷 초창기부터 필요한 물품들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비누와 치약 같은 일상 용품이나 식음료는 물론이고 지난 2001년에는 신품 자동차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했을 정도이다.

필자는 나름대로 쇼핑 원칙이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사지 않는다.”

그 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발품에 따른 시간 낭비가 아깝기 때문이다.
둘째, 온라인으로 사는 것이 할인, 적립금, 카드 할부 등 어떤 식으로든 저렴하기 때문이다.
셋째, 제품 문제 등으로 인한 반품이나 A/S에 있어서도 온라인이 더 좋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의 지인들은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보고 사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을 한다. 글쎄, 그것은 취향의 차이가 아닐까? 필자에게 있어 온라인 쇼핑은 인생의 중요한 도구이다.

나름대로 소비자로서의 구매 경험, 그리고 쇼핑에 대한 철학을 소개하였다. 그러면 온라인 쇼핑에 대한 애정 고백은 이쯤에서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G마켓의 성공 스토리
최근 오픈 마켓으로 분류되는 G마켓과 옥션의 불꽃 튀는 경쟁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외국의 이베이 등을 보면 개인들간의 중고 물품 거래가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의 오픈 마켓은 중고 물품 거래 보다는 중소상인들의 신품 판매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G마켓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 업계 최초로 올해 상반기에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였다. 또한 G마켓은 얼마 전 야후의 지분 인수 시 액면가 대비 무려 13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최근에는 나스닥 상장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G마켓은 2004년부터 연평균 300%의 고성장을 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거래액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단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이베이의 자회사인 옥션은 최고의 자리를 G마켓에 넘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는 옥션이 앞섰지만 올해 1분기에는 G마켓의 시장 점유율이 앞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므로 명확하게 승자가 정해졌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필자는 G마켓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G마켓의 성장은 결코 우연이나 운이 아니며 필연적인 결과이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핵심 은 바로 G마켓, 그리고 인터파크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것이다. G마켓을 얘기할 때 인터파크를 떼어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G마켓은 6년 전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인 구스닥으로 출발하였다. 현재 G마켓의 법인명은 ‘㈜인터파크지마켓’이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인터파크는 종합 쇼핑몰을 지향하고, 틈새 분야인 경매를 구스닥에서 제공하는 형태였다. 초기의 구스닥은 나름대로 차별화된 경매 시스템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시장 임팩트는 그다지 없었다.

그러던 구스닥을 G마켓으로 변경한 후 공격적이고도 참신한 여러 마케팅 기법들을 동원하였고 결국 G마켓은 국내 최고의 오픈 마켓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G마켓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이미 과도할 정도로 언론에 많이 소개되었으므로, 여기에서는 필자의 관점에서 다루어 보겠다.

G마켓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 그리고 동대문 시장과 같은 분위기, 마지막으로 탁월한 고객 유인책에 있다.

오픈 마켓에는 판매자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러 오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였던 G마켓은 판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등록수수료를 없애고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했다. 특히 등록수수료가 없다는 것은 옥션과 다른 큰 차별점이었으며 수많은 중소상인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또한 이효리와 같은 대형 연예인을 모델로 섭외하였는데, 이는 많은 업체들이 깜짝 놀란 점이기도 하다. 그 방법에 있어서도 참신하였는데, G마켓이 단독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물품 판매자들이 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각출하여 지불하는 형태였다. G마켓은 이효리 광고를 통해 상당한 인지도 향상 및 판매 신장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참신하고도 탁월한, 고객 유인책 및 단골 고객 확보 기술
그 외에도 G마켓의 독특한 마케팅 기술들은 참으로 많다. 단골이라면 언제든지 1~5%까지 상시 할인되는 단골고객 쿠폰을 받을 수 있고, G스탬프라는 아이템을 통해 매일 방문(출석 체크)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G로또쿠폰 응모 이벤트를 통해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고,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G로또현금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고객 유인책에 있어서는 인터파크도 상당한 수준이다. 예를 들면, 인터파크의 적립금 시스템은 몹시 독특한데 만일 적립금으로 50만원을 모은다면 그것을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종종 깜짝할인 쿠폰을 메일로 보내어 고객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특정 시간대에만 발행되는 땡쿠폰은 상당히 성공한 이벤트 중의 하나이다.

적립금은 단골 고객을 유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할인 쿠폰이야말로 소비자들이 ‘필요 없는 상품까지 구매하게 만드는 대단한 미끼’이다. 단 하루의 유효 기간이 있는 1만원 할인 쿠폰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골 고객 확보 및 고객 유인책은 G마켓과 인터파크가 탁월하게 강점을 가진 부분이며, 그 방법 또한 독창적이어서 많은 경쟁 업체들이 모방을 하고 있다. 그러한 고객 유인책들은 마치 심리학 전문가가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만큼 묘하게 아슬아슬한 매력을 담고 있어서, 자신도 모르고 단골 고객이 되어 버리게 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거기에도 탁월한 고객 유인책까지 갖추고 있으니 G마켓의 성공은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G마켓의 장점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쿠폰을 많이 발급하다 보니 경쟁 업체들에 비해 물품 판매당 수익이 떨어진다. 박리다매의 컨셉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영업 이익이 썩 좋지는 않다.

또한 번잡하고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데 시장 같은 그런 분위기로 인해 고부가가치의 상품 판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팽배하다. 그저 저렴한 마켓플레이스로 치부 당하는 그런 부분이 있다. 또한 검색 기능의 부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문제 등 IT 시스템으로서의 부족한 점들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G마켓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저렴한 가격, 차별화된 이벤트, 동대문 시장의 분위기, 탁월한 고객 유인책 등 핵심적인 강점들을 잘 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델은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서, 국내 사용자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동대문 시장과 남대문 시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는 이유와 흡사하게 이해될 수 있다.

속도의 경쟁
쇼핑 매니아로서의 필자는 G마켓과 인터파크가 보여준 탁월한 개척 정신과 지극히 한국스러운(순발력있고 요란스럽고 유인하는) 이벤트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그리고 때로는 우리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는 것, 바로 ‘속도의 경쟁’이다. 빠른 속도는 모든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게 한다.

G마켓이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하여 판매자와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가져다 주기를 바란다. 또한 옥션은 더욱 분발하여 G마켓과 멋진 경쟁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런 불꽃 튀는 경쟁을 통해 가장 혜택을 입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소비자들이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