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코치] 29세 식음료 사업가, 노원도씨

20대. 아직은 젊은 나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을 것만 같다. 전설의 투자자 워렌 버핏을 만나기 위해 미국 오마하로 무작정 떠난 것은 그래서였다. '죽은 사람도 아니고 산 사람을 만나는 게 불가능은 아니겠지.'

무수한 워렌 버핏의 추종자 중 한사람인 노원도(29세)씨는 책 속의 버핏으로 만족하지 않고 직접 찾아 나섰다.

"고등학생 때(95년)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1위가 워렌 버핏이라는 걸 알고 기업을 직접 경영하지 않고 투자 만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는게 신기했습니다. 원칙과 철학이 없이 숫자놀음만 하다보면 결국 투기로 전락하기 쉬운데 버핏은 이 점에서 영원한 사표죠."

미국 여행은 처음이었고 오마하에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헤더웨이의 주주도 아니었지만 대학교를 1년 휴학하고 무작정 오마하로 향했다. 오마하 한인회의 도움으로 버크셔 헤더웨이 주식을 갖고 있는 한인을 찾았고 버크셔 헤더웨이 주총에 참석하게 됐다. 인생의 사표로 삼은 워렌 버핏을 실제로 보고 그가 일군 버크셔 헤더웨이의 진면목을 확인한 것은 노씨의 생애에 최고의 순간이다.

주식에 관심을 갖고 이 책 저 책을 섭렵했지만 정작 실전투자를 시작한 것은 군 입대 직전이었다. 97년, 아껴 모은 용돈 500만원을 종자돈으로 삼성전자를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2조원이었고 은행이자율 10%를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배율)을 10으로 잡으면 시가총액이 20조원이었다. 이를 발행주식수인 9600만주로 나누면 약 20만원이 적정 주가였다. 99년 제대 후 주가는 25만원으로 올라있었다. 6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2000년 삼성SDI는 삼성전관의 실적이 좋지만 이름이 시대에 뒤떨어져 주가가 안오른다는 기사를 읽고 분석에 들어갔다. 당시로서는 제품 수요가 꾸준했고 부채도 100% 미만에 순이익도 늘고 있었다. 자본이익률도 10%선을 기대할 수 있었다.

노씨는 미래성장을 제외한 현재의 수익가치를 따져봤다. 추정 자본가치가 2조3000억원에 자본이익률이 10%라면 순이익은 2300억원.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주당 순이익은 5000원, 이를 당시 회사채 금리보다 낮은 6%로 나누면 8만3000원 정도였다. 당시 주가는 3~4만원. 내재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매수했다. 수익률은 56%. 4개월 단기투자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장기로 삼성SDI 주식을 2004년까지 보유했다면 수익률은 배가 됐을 것이다. 삼성SDI는 2004년 17만원을 넘어섰다가 2006년 5월 현재 8만원선이 붕괴된 상황이다.

노씨는 "기업의 내재가치가 변했는데 무조건 오래 투자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기업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결국 장기투자가 수익률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고 말한다. 주식에 입문했을 때는 단기로 사고 팔다 보니 수익이 나도 결국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 외에도 노씨가 매입했던 종목들은 동아제약, 코리안리, 다음, KT,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롯데칠성, 대신증권, 국민은행, LG카드, 매일유업, 엔씨소프트, 강원랜드, SBS 등이다. 주로 꾸준히 수익이 나는 식음료업과 은행, 보험, 마지막으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노씨의 종자돈 500만원은 어느덧 10배를 넘어섰다. 주식투자 입문 후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35%, 대학졸업 후 지금까지의 투자수익을 종합하면 7년간 연평균 40%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의 노씨는 거액 자산가는 아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경제를 보는 눈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붙었다.

노씨는 가치투자를 표방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무릇 좋은 투자대상을 내재가치보다 싸게 사서 제 값을 받고 파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A미용실의 미래수익이 24억7000만원으로 추정된다면 연간 15%로 할인해서 현재가치를 구하면 6억원이다. 즉 6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가게를 사면 15%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고 높게 사게 되면 15% 이하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투자합자회사 설립을 꿈꿨던 노씨는 최근 방향을 선회해서 식음료업계로 눈길을 돌렸다. 곧 인도식 요구르트 전문점을 대학가에 개점할 예정이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대학후배와 인도전문 식당을 돌며 제조법을 연구하고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버핏을 꿈꾸는 노씨가 주식과는 연을 끊은 것일까.

"규모가 작든 크든 영업이익이 나는 사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울 수 있고, 주식투자를 위한 안정적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버핏도 경영과 투자를 병행하쟎아요. 제 나이 또래에는 투자 단위가 크지 않아 순수히 자기자본 만으로 주식에 투자할 경우 고정적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렵죠."

20평형 매장을 오픈하는데 든 비용은 총 1억원. 기존 브랜드를 도입하는 대신 신제품을 만드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로얄티 등 부대비용이 들지 않았다. 여기에 좋은 투자대상을 내재가치보다 싸게 사는 노하우는 창업 준비에도 결정적 도움이 됐다.

"건물주가 80세가 넘는 할머니인데 권리금 자체를 인정하지 않더라고요. 보증금 50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 기기값만 들었어요. 경쟁업체의 창업비용과 비교하면 정말 적은 금액으로 진입하게 된 거죠. 그나마 후배와 동업으로 시작해서 비용도 반반씩 부담했고요. 초기투자 비용이 적고 상권은 확실하니 안전마진은 확보돼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