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강화하고 차단솔루션을 써도 스팸메일이 줄어들지 않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e메일의 대량 배포가 마케팅적인 효과가 있다는 발송자들의 ‘확신’ 때문이다. 수만통 가운데 몇 %만 반응이 와도 성공적이라는 단순 계산법을 믿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e메일 대량 배포가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주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스팸이 넘쳐나면서 무차별적으로 발송된 e메일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e메일 마케팅 업체인 웹스테이지 홍윤선 사장은 “이제 e메일 마케팅도 일방적인 배포보다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다 섬세하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며 “바람직한 e메일 활용만이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면 스팸성 메일 발송에 대한 유혹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정공법을 통해 마케팅 효과와 스팸메일 감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는 것이다.

　◇그룹별로 나눠라=‘한국인은 왜 항상 협상에서 지는가’ ‘21세기 최고 유망 자격시리즈’ 등의 서적을 펴낸 출판사 ‘굿인포메이션’은 독특한 e메일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평균 한달에 한번 꼴로 신간 서적을 내는 이 회사의 e메일 마케팅 핵심은 그룹별로 나눠 타깃메일을 보내는 것. 독자회원을 비롯해서 20개가량의 오피니언 그룹으로 나눠 전체 2만명의 e메일 데이터를 관리한다. 신간 서적의 성격에 맞게 그룹별로 다른 메일 콘텐츠를 구성하고 출판 담당기자나 열성 독자와 같이 신간을 꼭 읽어야 할 대상이 e메일을 읽지 않으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신간 ‘마녀가 섹시하다’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것도 e메일 마케팅 덕분이다. 이 회사 연순옥 편집장은 “신간을 알리느라 나흘 동안 뛰어다녔던 일이 까마득하다”며 “그룹별로 메일을 보내고 반응을 체크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반응을 체크하라=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얼마전까지 홈페이지 회원인 지역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단순히 뉴스레터만 발송했으나 5월부터 과학적인 e메일 마케팅을 시작했다. 단순히 발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회원들이 뉴스레터를 읽으며 뉴스레터에 실린 의정소식과 칼럼, 지역구 소식 중 수신자들이 어떠한 부분에 관심을 표현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현재 1600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며 집계된 반응은 다음 뉴스레터 콘텐츠 작성이나 의정활동에 반영된다. e메일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양요식 보좌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e메일 마케팅으로 유권자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성을 자극하라=번역가이자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김우열씨는 ‘주간번역가’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고객관리 e메일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다. 김우열씨의 e메일 마케팅 포인트는 감성을 전달하는 것. 매주 번역 뉴스레터를 회원들에게 보내는데 딱딱한 문구보다는 좋은 글과 번역내용을 정감있게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에는 메일을 보낼 회원이 거의없어 주변 지인들과 몇 안되는 사이트 가입자를 중심으로 보내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초기에는 뉴스레터를 보고 사이트에 방문하거나 관심있는 기사를 살펴보는 회원이 전체의 3∼5% 수준이었으나 두달만에 반응률이 10%로 높아졌으며 늘 반응을 보내오는 충성도 높은 회원도 500명이나 된다.

　◇후속 작업을 병행하라=노량진 소재 코리아 애듀학원의 언어영역 강사인 이동화씨는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적절히 병행해 자신이 맡고 있는 입시생들을 관리하고 있다. 강의주제와 일정표를 비롯한 기본적인 안내에서부터 입시분석 해설정보와 시험문제 풀이, 시험결과 안내, 심지어 결석생 안내에까지 e메일을 이용하고 있다. 1600명의 학생들을 26개 그룹으로 나눠 맞춤 e메일을 보낸다. 수강생들이 10대 청소년인 만큼 e메일을 의존도가 높아 효과 역시 만점. 특히 일정 시간 내 e메일을 확인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문자메시지까지 보내 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고 인기강사로 꼽히고 있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이용하라=1년 전부터 리사이클링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는 참여연대 상임 위원장을 지낸 박원순 변호사가 세운 사회단체. 단체 성격상 회원과의 관계유지가 업무의 핵심일 수밖에 없는데 전문적인 서비스업체를 이용해 효과를 봤다. 기존 방식은 회원 5000명에게 이틀에 걸쳐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것. 일방적으로 보내기만 할뿐 회원들이 메시지를 받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지난 4월부터 전문업체로부터 e메일 고객관리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 작업시간이 몇십분으로 줄어들었으며 회원 반응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어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e메일 발송을 담당하고 있는 송기호씨는 “e메일이 회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전했다.